프러포즈 대작전 (사연모집)
한국 작은 장례식의 현실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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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ELLO 작성일 25-12-11본문
1. 후불제상조 문제: 작은 장례의 수요와 현실의 괴리
최근 한국 사회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인해 장례 문화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3일장으로 대규모 문상객을 받는 '성대한' 장례 대신,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만 모여 고인을 조용히 추모하는 '작은 장례식'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국민이 현행 장례 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허례허식과 과도한 장례 비용을 꼽고 있으며, "다양한 장례 방식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90%에 달할 정도로 장례 문화의 획일성에 대한 불만이 높다. 또한 불필요한 문상 문화 축소와 검소한 장례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27% 이상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수요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소규모·간소화 후불제상조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장례 비용은 1인당 GDP의 절반 수준인 약 1,200만 원으로 과도하게 높고, 작은 장례를 원하는 가족들조차 선택지가 제한되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일반 장례를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2. 분석: 작은 장례를 가로막는 장벽들
2.1 제도적 장벽: 규모를 강제하는 '장사법'
작은 장례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법적·제도적 규제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 및 관련 시행규칙은 장례식장 시설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필수 시설 규제의 문제점:
시신실, 염습실, 위생 시설 등 필수 위생·안치 시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의무화되어 있으며, 감염성 시신을 위한 별도 보관설비나 예비용 빈소까지 갖춰야 한다.
문상객에게 후불제상조 식사나 음료를 제공하는 취사시설과 접객실은 시신을 보관·안치하는 공간과 완전히 분리된 곳에 설치해야 한다.
이는 장례식장이 단순히 추모 공간이 아니라 대규모 음식 접대 공간의 기능을 함께 수행하도록 강제하는 구조를 만든다.
높은 진입 장벽:
까다로운 시설 기준과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건축비는 작은 규모의 장례식장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장례식장 설립에는 엄격한 허가 조건이 적용되며, 주변 주민들의 민원(님비 현상)도 큰 걸림돌이다.
결과적으로 장례 서비스가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 병원 장례식장 중심으로 획일화된다.
2.2 사회문화적 장벽: 체면 문화와 사회적 시선
제도적 문제 외에도,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체면 문화는 작은 장례의 확산을 방해하는 큰 요소다.
불효와 부족함의 낙인:
전통적으로 장례는 조문객 수, 후불제상조 상차림 규모, 화환 개수 등이 가족의 체면을 상징하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
소규모 장례를 선택하면 '불효'나 '부족함'으로 여겨지며, 조문객이 적은 장례를 '썰렁하다'라고 느끼는 문화적 인식이 여전하다.
장례식을 단순한 고인의 마지막 의식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적 관계망을 보여주는 중요한 행사로 인식한다.
남의 시선에 대한 압박:
유족은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보다 '혹시 남들에게 소홀해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하게 된다.
소박하게 장례를 치르고 싶은 가족이라도, 이러한 사회적 시선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과 형식을 갖춘 일반 장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장례가 늘었지만, 팬데믹 이후 대면 문화가 회복되면서 작은 장례는 다시 '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3. 해결: 작은 장례 활성화를 위한 방안
3.1 후불제상조 규제 완화 및 제도 개선
법률 및 인증제도 개선:
정부는 장사시설에 대한 우수인증제를 도입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가재난 지정 장례식장의 지정 절차를 법에 명문화하는 등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소규모 시설을 위한 건축 기준 완화를 통해 다양한 규모의 추모 시설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장례 방식의 다양화:
자연장(수목장 포함)이나 산분장을 제도화하여 매장 중심의 전통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친환경 장례 문화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여 형식보다는 의미 있는 방식으로 고인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
3.2 장례 문화의 본질적 전환
'음식 접대'에서 '추모 공간 대여'로:
장례 시장의 초점을 음식 접대에서 고인 추모 공간 대여로 전환하면, 소규모 시설이 더 쉽게 후불제상조 들어설 수 있다.
화려한 제단이나 부담스러운 접객 시설 없이, 조용한 공간과 기본적인 의식에 집중하는 형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가족장처럼 문상 유무에 따라 장례를 구분하고, 식사 대신 다과로 대체하는 방식은 비용과 음식 폐기물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추모 방식:
인공지능, 가상현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추모 서비스를 확대하면 비대면 장례가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절차와 비용을 대폭 줄인 '후불제 상조' 서비스나, 필요한 물품과 의식만을 제공하는 간소화 패키지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3.3 인식 개선 및 교육
웰다잉 교육 프로그램:
'채비학교'처럼 예비 상주 교육이나 부모와 함께 장례 이야기를 나누는 캠프를 통해 죽음 준비를 미리 하면, 작은 장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퍼질 수 있다.
장례를 후불제상조 '사회적 행사'가 아닌 '가족의 사적인 애도 과정'으로 인식하는 문화를 정착시킨다.
사회적 인식의 전환:
'성대하게 치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고인과 유족이 원하는 방식대로 마지막을 존엄하게 배웅하는 것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조문객의 수나 장례 규모가 아닌, 진정성 있는 추모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킨다.
4. 시사점: 지속 가능한 장례 문화로의 전환
한국 장례 문화는 매장에서 화장으로, 그리고 이제 작은 장례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허례허식을 뺀 작은 장례가 확산되고 있으며, 가족 중심의 사적 애도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경우 '조문객 없는 장례식(무연고 장례)' 상품까지 등장하며 초간소화 장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작은 장례가 선택이 아닌 하나의 자연스러운 후불제상조 방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유연한 법규 마련: 다양한 규모의 추모 시설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사회적 인식의 변화: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고인과의 마지막을 온전히 함께하려는 의지.
본질로의 회귀: 외형적 형식보다 고인을 진정으로 기리고 추모하는 시간에 집중.
결국, 장례는 고인을 온전히 추모하는 시간이 되어야 하며, 이는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작은 장례는 화려함 대신 진정성을, 형식 대신 마음을 추구하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장례 문화의 한 방향을 제시한다. 규제 완화, 기술 활용, 교육을 통해 작은 장례가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되도록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작은 장례'가 존엄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이 될 후불제상조 수 있을 것이다.